작가노트

삶이 한없이 무너져 내리던 순간이 있었다. 

사고 이후 매일 매 순간이 고통이었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이 일상의 전부였다. 

살아있는 것조차 버거웠던 어느 날, 우연히 ‘연꽃’에 대한 글귀를 읽게 되었다. 

‘진흙 속에서도 고고히 피어나는 연꽃’ 그 고요한 문장 하나가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추하고 어두운 진흙탕에 빠진 듯했지만, 그곳에서도 피어나는 꽃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붙잡았다. 

연꽃은 씨앗과 꽃, 열매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 다층적인 생명 구조처럼 지금 내가 겪는 불안과 아픔, 상실과 슬픔 역시 결국은 나라는 존재의 한 부분이며 그 속에서 피어나는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장애를 입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풍경이 있었다. 휠체어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많이 달랐지만, 바퀴처럼 굴러가는 시간 속에서 마주하는 것들은 이전보다 훨씬 섬세하고 진실했다. 

나는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 삶 또한 꽃처럼 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최지현작가님의 작품세계

진흙이라는 세상 속에서 연꽃으로 피어난 나-2, 53x45.5cm, 한지에 수묵담채,2024